1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배관용접학원에선 용접면(용접용 안전 헬멧)을 쓰고 한 손엔 용접봉을 쥔 수강생 8명이 작업에 한창이었다. 이곳에서 넉 달째 기숙사 생활을 하며 '스파르타 교육'을 받고 있는 이충환(36)씨는 연초까지만 해도 번듯한 IT 회사의 사무직 직원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회사가 어려워지자 퇴사한 뒤 1100만원을 들여 학원에 등록했다. 이씨는 "결코 적지 않은 돈이지만 평생 활용할 기술을 배운다는 생각으로 수강료를 냈다"며 "경기 흐름에 위협받지 않는 인생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청년 중 몸을 쓰는 기술직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경기 상황에 따라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이 반복되자 '잘릴 일 없는 내 기술을 갖겠다'고 나서는 것이다. 이씨가 다니고 있는 배관용접학원 최정환(40) 대표는 "경기 흐름에 영향을 덜 받으면서도 AI에 의해 대체되지 않는 전문 기술을 가지려는 수강생이 많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용접기능사' 자격증을 갖고 공사 현장에서 비교적 간단한 용접 일을 하면 초보 기준으로 월 200만원가량을 벌 수 있다. 그보다 한등급 높은 '용접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적어도 월 250만~300만원을 번다.
실제로 정부가 재취업을 원하는 실업자나 전직(轉職)을 희망하는 근로자를 위해 자격증 취득을 위한 학원비 일부를 지원하는 '국민내일배움카드' 신청자가 코로나 이후 대폭 늘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국민내일배움 카드 발급률이 전년 대비 최대 41% 증가했다"며 "코로나 사태 이후 기술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자격증 종류에 따라 적게는 학원비 절반부터 많게는 85%까지 지원해준다.
유명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 과장으로 일하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해고당한 이모(35)씨도 국민내일배움카드를 이용해 지난달 도배기능사 학원에 등록했다. 기능사 자격시험에 합격하면 인테리어 회사에 취직하고, 장기적으론 개인 사무실을 차릴 계획이다. 이씨는 "메르스, 사드 사태 때도 구조조정으로 힘들었는데, 이번에 코로나까지 거치면서 결국 잘렸다"며 "몸으로 뛰는 일이 익숙지 않지만, '내 기술' 없이는 위기 때마다 고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도배·타일·배관기능 관련 학원이 인기다. 최근 직장인 사내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의 항공사 직원들이 모인 게시판에는 '휴직 기간 용접 배우실 분' '도배기능사 자격증 땁시다' '정년 없고 월 500 이상 번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무급 휴직 중인 항공사 승무원 최모(32)씨는 "어차피 남자 승무원으로 오래 일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요즘 무슨 기술을 배워야 할까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도배 학원을 운영하는 전재홍(49)씨는 "코로나 사태 이후 일자리를 잃고 기술을 배워보겠다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코로나 실업자들이 이 같은 자격증을 딸 때 고려하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다. 안정적 수입과 더불어 개인 사업자처럼 일할 수 있는 자율성이다. 중소 여행사에서 월 200만원 버는 사무직으로 일하다 코로나 사태로 일자리를 잃었다는 김모(28)씨도 5월 타일기능사 자격증을 손에 쥐었다. 공사 현장에서 아침 6시부터 저녁 5시까지 일하고 일당 10만원을 받는다. 숙련된 기능공은 하루 25만원까지도 번다고 한다. 김씨는 "아직은 초보라 이전보다 돈벌이가 줄었지만 상사 눈치 안 보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점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아예 기술 이민까지 고려하는 사람도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타일 업무를 배우고 있는 조규형(27)씨는 "일은 고되지만 일한 만큼 벌 수 있는 기술직에 매력을 느꼈다"며 "코로나 사태가 안정되면 자격증을 갖고 호주로 기술 이민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타일기능사 해외 취업반을 운영하고 있는 이도윤(40)씨는 "이달 정원이 2주 전에 이미 마감됐을 정도로 해외 기술 이민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좋다"며 "업계 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는 일보다는 확실한 기술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을 찾겠다는 게 요즘 친구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02/2020070200196.html









